검은 새

‘시인 이철성의 시와 산문’

검은 새


화장火葬의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사원의 첨탑
그 위를 느릿느릿 나는 저 새는
아침이 정오가 되어도 날아가지 않고
하루의 태양이 서산에 걸려도 날아가지 않다가
큰 빗장문을 열고 사원을 나오는 
한 여인의 뒤를 따라간다.
검은 새
검은 여인을 따라간다.
밤이 내리는 사원의 뜰을 지나
곧게 뻗은 숲 속의 길을 따라
너른 들판과 얕은 언덕들을 넘어
어둑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마을을 지나
강변에 선 여인

검은 새

검은 여인 속으로 들어가다

검은 여인

운다.

      -인도, 바라나시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에 수록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