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

‘시인 이철성의 시와 산문’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


거리의 비파 악사 소년과
북을 치는 어린 여동생
소년의 신들린 노래와 연주는
거리를 한순간 평정했다.
사람들은 입을 닫아걸고
거리는 숨겨진 귀를 열고
지긋한 할머니의 다리가 행려병자처럼 춤추고
주머니의 돈들이 춤추며
악사의 가방으로 들어갔다.
노래는 끝이 없고
눈 감은 소년의 연주는 끝이 없고
가슴의 귀를 열어버린 사람들은
성급히 돈가방을 닫고 사라지는
소년의 날선 눈초리를 보지 못했는가.
음악이 사라진 거리
사람들은 바람에 날리는 빈 봉지처럼 서 있다.

            - 중국, 카슈가르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에 수록된 시이다.